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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현장 이야기

특수교사는 숭고한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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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을 향한 일반인의 시선은 다음과 같다. 

 

- 장애인 : 불쌍함, 무능함, 무용함, 무서움
- 특수교사 : 봉사 정신, 사명감, 숭고함, 소명

 

 


 

 

'장애인 혐오'와 '특수교사의 이상화'의 맥은 같다. 

 

대중은 장애인을 동정한다. 아니면 무서워한다. 아니면 쓸모없으므로 존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선은 모두 넓은 의미의 혐오다. 장애인 혐오는 모든 장애인을 하나의 범주로 묶는 시도이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엄하게 보지 않는다. 그저 장애인일 뿐이다. 

 

동시에 특수교사는 이상적인 성인군자라고 생각한다. 봉사 정신과 사명 의식으로 똘똘 뭉쳐 불쌍하고, 무섭고, 쓸모없는 장애인이란 존재를 돌본다. 특수교사인 내가 실제로 많이 듣는 말이다. "고생한다", "힘들겠다", "대단하다". 모두 선의의 말이므로 아니꼽게 받아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말의 이면에 있는 장애인관이 씁슬할 뿐이다. 

 

특수'교사'는 다른 교사와 다른 존재처럼 보인다. 수업, 행정업무, 전문성,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은 교사라는 말 앞에 '특수'가 붙을 때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장애인을 '힘들게 돌보는' 존재일 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특수교사 정원을 감축하고자 한다. 특수교사 감축의 담론은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을 수용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역할을 장애인 격리 쯤으로 본다. 격리된 동안 탈출하지 않게 돌보기만 하면 된다. 수업을 한다면 한 교실에 더 적은 수의 학생이 있어야 하지만, 수업이 아니라 '수용'만 한다면 교실에 장애학생이 더 많이 있어도 된다. 굳이 더 많은 돈을 들여 특수교사의 전문성을 키우고, 더 많은 특수교사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의 흉측한 외모를 혐오하면서 왕관을 씌워 바보 왕으로 삼은 사람들 같다. 괴물 같은 이교도와 싸우러 나가는 신성한 십자군을 떠받드는 그 옛날 광신도들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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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특수교사는 '멀리' 있다

 

'숭고함'과 '혐오'는 양극단의 시선이나, 사실 그 원인은 같다. 이 둘은 모두 '거리'에서 온다. 많은 장애인을 직접 보고 만나고 소통하면 그 중에 선인과 악인, 가해자와 피해자, 유능자와 무능자 모두 다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장애인은 사람들에게서 멀리 있다. 보이지 않는 병원, 복지시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 있다. 그래서 장애인은 하나의 범주로서, 불쌍하거나 무섭거나 쓸모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장애인을 '돌보는' 특수교사는 (전문성 같은 건 모르겠고) 그저 대단하고, 위대하고, 숭고하고, 힘든 자들이다. 보통의 공무원이나 교사와는 다른 특별한 소명의식과 봉사정신이 없으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일로 이상화한다. 

 

특수교사인 나는 숭고하지 않다. 월급과 방학을 좋아한다. 여담이지만, 심지어 특수교사는 같은 연차의 일반교사보다 한 호봉이 높아 월급이 조금 더 많다. 그리고 특수교사인 나는 그저 돌보는 존재가 아니다. 수업과 교육과정 재구성을 고민한다. 인지, 감각, 지각, 정서를 공부한다. 법과 정책을 공부한다. 때로는 직접 체계를 만들어낸다. 서류를 정리하고 기록하고 보고한다. 공직자이자, 노동자이자, 전문직이다. 아무래도 성직과는 거리가 멀다. 

 

나만 그런가? 성직자 같은 특수교사도 많지만, 일단 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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