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서론,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잘 쓰는 법

 

 

첫째, 서론은 가장 마지막에 쓴다

 

서론은 논문의 가장 앞쪽에 위치하지만, 쓸 때는 가장 마지막에 쓴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연구주제에 관한 배경과 맥락을 계속 추가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질적 연구가 더욱 그렇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연구계획 중 생각지도 못 한 부분과 연결되기도 한다. 

 

나는 처음 논문을 쓸 때 서론에 대략 어떤 걸 쓸지 개조식으로만 쓰고 시작한다. 그리고 연구방법을 설계하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수정 보완한다. 대체로 연구 진행과 서론 작성을 거의 동시에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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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을 서술한다

 

개인적인 호기심, 사회 이슈, 현장의 필요성 등은 '학술적으로' 좋은 서론은 아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논문에서 쓰기 좋은 말은 아니다.

 

좋은 논문은 선행연구를 중심으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나의 연구는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수행하고, 내 연구와 다른 연구를 기반으로 또 다른 후속연구가 이루어진다. 학문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연구주제를 찾고 연구의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다양한 선행연구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의 제도 개선 및 현장 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한다면 국내의 다양한 인접분야와 오래된 선행연구까지 폭넓게 검토하길 권한다. 여건만 된다면 본격적인 연구주제를 확정하기 전에 관련 분야의 동향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좋다. 

 

서론을 쓰려면 동향 연구, 인식 조사 연구 등을 참고하면 좋다.

 

동향 연구를 검토하면 선행연구를 종합하여 내용, 방법, 논의 등을 빠르게 훑을 수 있다. riss 등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관심있는 분야의 동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때 주제는 비교적 좁게 설정해도 좋다. 가령 특수교육 동향연구나 지적장애 동향연구는 너무 범위가 넓다. 보완대체의사소통 연구 동향, 특수교육 역사 연구 동향, 일본 특수교육 연구 동향 등이 검색에 더 적합하다. 이러한 동향연구, 메타연구 등을 통해 기존 선행연구의 방법론적 특징과 한계, 논의가 부족한 세부 주제 등을 찾을 수 있다. 

 

인식 조사 연구도 서론에 참조할 때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교사로서 본인이 직접 겪은 문제를 쓰기보다는 선행연구에서 "중도중복장애아동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하더라." 하는 말을 집어 넣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예를 들어 별다른 근거 없이 경험에 의거하여 "중도중복장애아동을 위한 의료적 지원이 부족하다"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반면 "박찬우(2021) 등의 연구에 의하면 여전히 국내 의료적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하는 편은 좀 더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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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올 수 있다.

 

• 선행연구에서 양적 연구로만 인식을 조사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더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
• 이처럼 선행연구는 주로 생태학적 접근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학생과 교사 간 미시적 관계를 다룬 질적 연구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 연구는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학생과 교사 간 미시적 관계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자 한다. 
• 선행연구는 주로 장애아의 부모의 경험을 주로 다루었으나, 장애아동의 형제의 경험은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 하였다. 홍길동(2002)에 따르면 형제는 부모와 다른 요구와 경험을 지닐 것이다. 따라서 장애아동의 형제를 대상으로 한 연구 역시 가족지원 체제 구축에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선행연구는 다양한 관련 주체를 대상으로 면담,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식 및 경험을 조사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도 마련을 위한 국제비교연구나 이론적 배경은 부족한 실정이다. 특수교육 외 다른 분야에서는 전문가주의(홍길동, 2002), 마르크스주의(성춘향, 1999), 지위경쟁이론(고길동, 1997) 등 다양한 이론을 통해 이와 유사한 현상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의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단순히 관련 용어 정의나 현황만 나열하는 논문도 있는데, 이는 추천하지 않는 방식이다. 특수교육 분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론이다. 건강장애 관련 논문을 쓴다면 건강장애의 정의와 통계적 현황을 쭉 나열하는 식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자기 분야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거나 정의 및 현황이 연구주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게 아닌 이상은 이런 방식의 서론은 성의없어 보일 수 있다. 

 

연구의 필요성은 선행연구의 한계점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선행연구에서 포함하지 않은 대상, 요인을 찾는다. 선행연구에서 효과적이지 않았던 부분을 찾아 그 원인을 추론하여 가설을 설정한다. 기존 방법론을 다른 대상에 적용하고 그 효과의 차이를 분석한다. 다른 사상이나 관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해석의 필요성을 어필한다. 

 

의미있는 서론을 쓰려면 선행연구 검토를 반드시 기초로 삼아야 한다. 

 

서론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연구목적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좋다. 예를 들어 "이 연구의 목적은 건강장애 아동 진단체계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개별화교육계획 작성 현황을 파악하여 향후 개별화교육계획 운영 실태를 개선하는 데 있다"는 등의 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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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용어를 정의한다

용어의 정의와 범주도 서론에서 반드시 다뤄야 한다. 질적 연구도 그렇지만, 특히 양적 연구에서 더욱 중요하다. 가령 중도중복장애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면 여기에 맹농은 포함하는지, 중도중복장애로 판정되지 않았으나 그러한 특성을 보이는 경우도 포함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중도중복장애를 정의했는지 그 근거를 밝힐 필요가 있다. 용어의 범위를 특정 영역으로만 제한한다면 제한한 그 근거도 밝혀야 한다. 

 

물론 자기 분야에서 지극히 상식적이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용어는 굳이 정의하지 않아도 좋다. 아무리 자기 연구주제가 수화라고 해도, 수화가 뭔지는 특수교육 전공자라면 모두가 알기 때문에 수화를 굳이 정의할 필요는 없다. 

 

반면 법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용어는 연구자가 '이 연구에 한해서' 조작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는 선행연구에서 A는 이렇게 정의했고, B는 이렇게 정의했고, C는 이렇게 정의했다고 밝힌 후에 자기 정의를 말하면 좀 더 설득력 있다. 대신 용어 정의가 너무 큰 비중은 차지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또는 법령에서는 OOO이라고 정의하는데, 나는 연구 목적을 고려하여 OOO와 ㅁㅁㅁ까지 한 범주로 묶는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용어를 정의해도 좋다. 대신 이럴 경우 공식적인 용어와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는 근거를 합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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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을 바탕으로 연구문제 또는 가설을 정한다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을 서술했다면 그에 맞는 연구문제를 설정한다. 국내 논문은 대체로 한 연구에 3개 내외의 연구문제를 설정한다. 연구목적을 명확히 서술한 후에는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또는 '이러한 연구목적의 달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는 문장을 이어간다. 

 

연구문제가 3개라면 그 3개의 연구문제가 모두 연구목적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추가로 다른 연구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없거나, 연구목적과 무관한 연구문제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 연구 목적에 비해 연구 문제가 너무 협소하다면 서론에서 연구 목적을 축소 또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특수교육 체제 개선보다는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체제 개선,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체제 개선보다는 보조공학기기 전달체계 개선 등으로 구체화하는 식이다.

 

연구문제가 연구목적에 비해 협소하다면 두 세가지 연구문제를 합쳐서 하나의 문제로 만들고 새로운 연구문제를 추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째 연구문제가 "자폐성장애아동의 원격수업에서의 만족도는 어떠한가?"이고, 둘째 연구문제가 "자폐성장애아동이 원격수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라면 이 둘을 합쳐서 그냥 "자폐성장애아동이 원격수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하나로 합쳐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를 다시 세분화해서 첫째 연구문제를 "물리적으로 겪는 어려움"과 "학습적으로 겪는 어려움", "사회적으로 겪는 어려움" 등으로 세 가지 연구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