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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법 건강장애 정의 선정 진단 기준은 왜 '3개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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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bing.com/images/create

 

 

건강장애는 특수교육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장애유형 중 하나다. 2023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건강장애 학생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학습장애(0.9%), 시각장애(1.6%), 정서행동장애(1.7%) 다음으로 낮은 비율이다. 참고로 가장 비율이 높은 장애유형은 지적장애(50.9%), 자폐성장애(17.6%), 지체장애(8.7%) 등이다.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유형 비율> - 출처 : 2023년 특수교육통계
1. 지적장애 50.9%
2. 자폐성장애 17.6%
3. 지체장애 8.7%
4. 발달지체 11.8%
5. 청각장애 2.6%
6. 의사소통장애 2.4%
7. 건강장애 1.8%
8. 정서행동장애 1.7%
9. 시각장애 1.6%
10. 학습장애 0.9%

 

 

 

출처 : 특수교육통계(교육부, 2023)

 

 

 

건강장애는 2005년 <특수교육진흥법>을 개정하면서 처음으로 법적으로 명시되었다. 이후 2007년에 기존 <특수교육진흥법>을 폐지하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제정할 때에도 건강장애라는 장애유형은 계속 남아있었다. 

 


 

건강장애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의 [별표]에 따르면 건강장애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만성질환으로 인하여 3개윌 이상의 장기입원 또는 통원치료 등 계속적인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여 학교생활 및 학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

 

건강장애는 다른 장애와 달리 '질환'을 중심으로 한 개념이다. 또한 그 기간을 '3개월 이상'이라고 명시하였다. 다른 장애유형은 이와 같은 선정 기준이 없다. '장애' 명칭을 붙이기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만 9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만 '발달지체'라고 할 뿐이다. 대부분의 장애유형은 장애를 치료 불가능한 영구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의학적으로 만성질환(chronic disease)란 주로 약 6개월 ~ 1년 이상의 치료가 요구될 경우를 말한다. 의학검색엔진 KMLE에 따르면 만성질환이란 "병의 경과의 장단에 의한 분류. 보통 6개월 혹은 1년 이상 계속되는 질환을 말하며, 급성 질환과 대응한다."라고 설명한다. 

 

특수교육법상 건강장애의 기준은 '3개월' 이상의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이다. 의학적으로는 6개월 혹은 1년을 만성질환의 기준으로 제시한 점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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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3개월'일까? : 환자가 아닌 학생

만성질환/건강장애의 기준은 왜 의학적으로는 6개월 또는 1년인데, 특수교육에서는 3개월일까?

 

사실 건강장애의 기준을 3개월로 제시한 건 극히 최근이다. 2005년 특수교육법진흥법 개정부터 2007년 특수교육법 제정 이전까지는 건강장애의 기준을 '6개월'이라고 명시했다. 의학적인 기준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2007년부터 6개월을 3개월로 단축하였다. 

 

특수교육의 목적은 치료가 아닌 교육이다. 2007년 특수교육법 제정 당시 특수교육 현장에서 행하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의 '치료교육'을 폐지하고, 대신 이러한 치료 활동을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중 하나인 '치료지원'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치료는 교육 그 자체가 아니라, 교육을 더 잘하기 위한 서비스라는 취지이다. 

 

마찬가지로 건강장애를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하는 이유는 만성질환 학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교육하기 위함이다.

 

학생에 만성질환을 가질 경우 다양한 '교육적 어려움'을 겪는다. 질환 그 자체로 신체, 정서, 외모, 인지 기능에 변화가 생겨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경험한다. 또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 및 통원 치료 일정을 소화하느라 출결과 교내외 활동 참여에도 제한이 있다. 

 

학사행정상 '3개월'은 유급의 기준이다. 유급이란 출석일수 부족으로 상급학년에 진학하지 못하고 현 학년에 머무르는 것이다. 건강장애학생이 질환과 치료 일정으로 인해 60일 이상 출석을 하지 못하면 유급된다. 주말을 제외하고 3개월 동안 매일 출석하지 않으면, 60일 이상 출석하지 않아 유급될 수 있다. 

 

건강장애학생을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하면, 특수교육대상자로서 받는 병원학교나 원격수업, 출석 인정 처리 등의 대안을 통해 건강장애학생의 유급을 방지할 수 있다. 

 

즉, 만성질환으로 인한 유급 방지를 위해 유급 기준은 3개월을 건강장애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비록 법률 연혁상 공식적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말이다. 

 

 


 

'유급 방지'만이 건강장애 교육의 목적일까?

3개월은 유급의 기준이다. 그리고 특수교육법은 (유급 방지를 위해?) 건강장애 기준을 3개월로 삼았다. 그렇다면 건강장애 특수교육의 목적은 그저 '유급 방지'에 불과할까?

 

실제로 건강장애 특수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사가 '출석(출결)' 문제의 행정적 처리이다. 건강장애학생이나 병원학교 입급 학생과 보호자가 교육청에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출석 처리에 관한 사항이다. 건강장애뿐이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모든 학교가 원격수업 체제로 전환됐을 때도, 학생과 보호자는 출석 처리와 관련된 문의를 가장 많이 했다. 

 

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건강장애의 기준이 더 짧다. 미국과 일본은 건강장애(미국은 other health impairment, 일본은 병약/허약이라고 한다)는 만성질환뿐 아니라 급성질환도 포함한다. 독일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건강장애의 기준을 3개월보다 짧거나, 아예 기한을 제시하지 않는다. 한국 특수교육은 건강장애의 기준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길다. 또한 3개월의 의의도 유급 방지에 주 목적을 둔 듯하다. 

 

하지만 건강장애의 교육적 어려움은 행정적인 출석 문제만이 아니다. 질환으로 인한 고통과 통증,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준비, 완치 이후의 학교 복귀, 질병 수용 그리고 환자가 아닌 아동 또는 학생으로 갖는 보편적인 존엄성과 요구를 가진다. 당연히 일반적인 교과 수업, 체육대회, 학예회, 체험학습에도 참여하길 원하며 그럴 권리도 있다. 

 

건강장애 특수교육의 목적은 유급 방지 이상의 '학습권의 보장'이다. 학교는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교육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술적 기반이 필요하다. 건강장애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규명하고, 학습권의 개념을 건강장애의 개념적 특수성에 맞게 재해석, 재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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